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려고 만든 제도가, 업체들의 '나눠 먹기'를 부추기는 구조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도교육청이 중·고등학교 신입생 한 명당 최대 40만 원까지 교복비를 현물로 지원하는 무상교복 제도 얘기다. 경쟁 입찰로 가장 싼 값을 써낸 업체가 납품권을 따내는 구조인데, 낙찰만 되면 학생 한 명당 40만 원의 매출이 사실상 보장되다 보니, 안전한 낙찰을 위한 담합 유혹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보도된 정황과 이미 적발된 담합 사례, 제도의 출발점까지 정리한다.
핵심 요약: 경기도 무상교복은 중·고 신입생 1명당 최대 40만 원 현물 지원, 2019학년도부터 시행. 2026학년도 사업 결과 도내 중·고 1300여 곳 대부분이 배정 예산을 전부 소진했고, 남은 비용을 반납한 학교는 2곳뿐이었다. 최저가로 낙찰받아도 사실상 1명당 40만 원 매출이 보장되는 구조라 담합 유혹이 크다는 지적이다. 고양·수원·안산에서는 담합 정황이 보도됐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용인·울산·영천 10개 대리점의 51건 입찰 담합에 과징금 총 1억 200만 원을 부과했다.
1. 무슨 일이 벌어졌나: 1300여 곳 중 반납한 학교는 2곳뿐
경기도에서는 경쟁 입찰을 통해 중·고등학교 교복 계약을 맺은 업체에 학생 한 명당 최대 40만 원까지 교복값을 지원한다. 도교육청의 지침은 학교 측에 교복비용을 최대한 지원하라고 안내하고 있고, 학교들도 대체로 이에 따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낙찰가가 30만 원으로 정해졌는데 10만 원을 반납하는 일은 학부모에게 최대한 지급하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과는 극적이다. 2026학년도 교복지원 사업 결과를 들여다본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중·고등학교 1300여 곳 대부분이 배정된 예산을 전부 소진했다. 남은 비용을 반납하기로 한 학교는 2곳에 불과했다. 낙찰가와 지원 상한 사이의 차액은, 입찰로 선정된 업체와 변경 계약을 맺어 여벌 교복을 더 받는 방식으로 집행됐다. 다시 말해 최저가를 써내 낙찰받은 업체라도, 학생 한 명당 40만 원씩 매출을 보장받는 셈이 된 것이다.

2. 왜 '40만 원 보장'이 담합 유혹이 되나
겉으로 보면 경쟁 입찰은 가격 경쟁을 강제하는 장치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납품권을 따내니, 업체는 값을 낮출 유인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원 상한이 사실상 매출 하한이 되는 구조에서는 계산이 달라진다. 낙찰만 되면 40만 원이 보장되니, 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싸게 써내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따내는 것'이 된다. 경쟁자를 미리 정리하고, 낙찰자를 정해두는 편이 훨씬 안전한 전략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변경 계약이라는 관행이 더해진다. 낙찰가가 상한보다 낮게 정해져도, 차액만큼 여벌을 추가 납품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채울 수 있다. 그러면 애초의 최저가 경쟁은 형식만 남고, 실질적인 교복값은 상한선에 수렴하게 된다. 학부모 부담은 줄어들지만, 그 부담을 덜어주는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가격은 제대로 형성된 것인지에 대한 감시는 느슨해지기 쉽다. 지적의 핵심은 제도 자체의 선의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보장 구조가 경쟁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 구분 | 내용 |
| 시행 주체·시기 | 경기도교육청, 2019학년도부터 시행, 전국 최초 |
| 지원 대상·방식 | 중·고등학교 신입생 1명당 최대 40만 원어치 교복 현물 지원 (2년 전 30만 원에서 확대) |
| 연간 규모 | 경기도·교육청 합쳐 연간 1000억 원 이상 투입 |
| 2026학년도 집행 | 도내 중·고 1300여 곳 대부분 예산 전부 소진, 반납 학교 2곳뿐 |
| 논란의 구조 | 최저가 낙찰에도 1명당 40만 원 매출 보장 → 변경 계약으로 여벌 추가 → 가격 경쟁 약화 |
3. 지역별 정황: 고양·수원·안산에서 포착된 것들
보도된 정황은 세 지역 사례로 나뉜다. 아래 내용은 수사·심의가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보도된 정황이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업체의 해명이나 반론이 보도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도 있어, 단정해서 읽어서는 안 된다.
고양시에서는 한 고등학교 교복 납품 입찰을 앞두고, 경쟁 업체 대표가 다른 업체 대표에게 투찰 철회를 요구한 통화 내용이 보도됐다. 요구를 받은 업체 대표는 이를 거절하고 입찰을 강행해 한 벌당 39만 3000원에 낙찰받았다. 또 2022년 무렵에는 업체별로 납품할 학교를 정리한 명단이 돌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보도가 해당 명단을 이듬해 실제 입찰 결과와 대조한 결과, 학교 40여 곳 가운데 30곳 이상이 명단에 적힌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시에서는 지역 업자들끼리 지원금 규모보다 많은 액수로 낙찰받도록 담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됐다. 안산시에서는 교복업체 대표와 임원들이 다른 상표 매장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납품을 나눠 맡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해졌다. 공통점은 '경쟁 입찰'이라는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낙찰자를 미리 정해두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행을 두고 지역 '교복 카르텔'이라는 표현까지 나온다.

4. 공정위가 이미 적발한 담합: 10곳, 51건, 과징금 1억 200만 원
정황 보도를 넘어, 실제로 제재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기 용인, 울산, 경북 영천 소재 19개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총 51건의 교복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나 투찰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10개 교복 대리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억 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대면 모임이나 문자메시지, 카카오톡으로 연락해 합의를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 지역 | 담합 내용 | 조치 |
| 용인 처인구 (4곳) | 8개 학교 입찰 15건, 들러리 참여·투찰 가격 합의, 예정 가격 대비 평균 98.29% 낙찰률 | 과징금 7200만 원 |
| 영천 (2곳) | 4개 학교 입찰 29건, 학교별 낙찰 순번제 운영 | 과징금 2100만 원 |
| 울산 남구 (2곳) | 6개 학교 입찰 6건, 친분 바탕 카카오톡 합의 | 과징금 900만 원 |
| 용인 기흥구 (2곳) | 중학교 입찰 1건 담합 | 시정명령 |
공정위는 담합이 없었던 해에는 예정 가격 대비 낙찰률이 90.08%였는데, 담합 이후 약 8%포인트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차이가 소비자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2010년 이후 전국에서 교복 입찰 담합 52건을 적발해 제재해 왔으며, 시도교육청의 교복 입찰 정보를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과 연계해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5. 제도는 왜 시작됐나: 학부모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
학교 주관 공동구매 정책은 2014년, 학부모들의 교복값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교복 한 벌 값이 만만치 않은데다, 성장기 아이들은 금방 옷이 작아져 추가 구매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무상교복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공적 예산으로 교복을 지원해 교육의 평등권을 강조한 전국 최초의 제도다.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을 '무상교복 자체를 없애자'는 얘기로 읽으면 취지를 놓치게 된다. 문제로 지적되는 건 지원의 존재가 아니라, 지원 상한이 곧 매출 보장이 되는 설계와 그 틈을 노린 담합 관행이다. 지원은 유지하되, 낙찰가가 상한에 수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변경 계약으로 여벌을 채우는 관행을 손보는 식의 개선이 논의의 방향에 가깝다.

6. 학부모가 확인할 것: 가격만 보지 말고 구조를 보자
학부모 입장에서 교복값 논란을 확인할 때 도움이 되는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우리 학교 교복 입찰에서 몇 개 업체가 참여했고 낙찰률이 어느 수준인지다. 매번 같은 업체가 비슷한 가격에 낙찰받는다면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만하다. 둘째, 낙찰가와 실제 지급 품목이 맞는지다. 낙찰가보다 여벌이 과도하게 추가됐다면, 그 차액이 왜 생겼는지 학교에 물어볼 수 있다. 셋째, 생활복·체육복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이다. 정장형 교복 한 벌 값만 보고 판단하면, 실제로 자주 입는 옷은 별도로 사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을 접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제보할 수 있고, 교육청의 교복 입찰 정보는 공정위의 담합징후분석시스템과 연계돼 모니터링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는 살리되, 경쟁이 형식에 그치지 않도록 지켜보는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맺음말
무상교복은 학부모의 지갑을 지켜주는 좋은 제도다. 다만 1명당 40만 원이라는 보장이, 경쟁을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취지는 빛이 바랜다. 고양·수원·안산의 정황이 사실로 확정될지, 공정위의 제재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지는 앞으로의 조사와 심의가 가를 일이다. 분명한 건, 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일수록 가격 형성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학부모의 관심이 가장 확실한 감시 장치다.
Q&A
Q. 경기도 무상교복은 얼마까지 지원되나요?
A. 중·고등학교 신입생 한 명당 최대 40만 원어치 교복을 현물로 지원합니다. 2년 전에는 상한이 30만 원이었으나 40만 원으로 확대됐습니다.
Q. 왜 무상교복이 담합을 유도한다는 지적이 나오나요?
A. 최저가로 낙찰받아도 학생 1명당 40만 원의 매출이 사실상 보장되고, 변경 계약으로 여벌을 추가해 차액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보다 '확실한 낙찰'이 중요해져 담합 유혹이 커진다는 분석입니다.
Q. 고양·수원·안산 사례는 확정된 사실인가요?
A. 아닙니다. YTN 보도로 전해진 정황 단계이며, 수사나 심의로 확정된 사실이 아닙니다. 업체 해명이나 반론이 더해질 수 있어 단정해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Q. 공정위가 적발한 교복 담합 사례는 어떤 내용인가요?
A. 용인·울산·영천의 10개 대리점이 19개 학교 51건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투찰 가격을 사전 합의한 것으로 조사돼,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억 20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Q. 학부모가 교복값을 확인할 때 무엇을 보면 좋나요?
A. 입찰 참여 업체 수와 낙찰률, 낙찰가 대비 실제 지급 품목, 생활복·체육복을 포함한 전체 비용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합이 의심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제보할 수 있습니다.